'Please Like Me'를 다시 보고 있다. (시즌 1부터 시즌4까지 넷플릭스에 이미 올라왔고, 이미 정주행을 다했지만 재주 행하는 중...) 코미디 장르인 호주 드라마다. 몇 년 전 이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보고, 사실 어떤 내용이 벌어질지 감도 안 오는 채로 그냥 틀어놓자 하고 틀어놓는데 첫 장면의 연출부터가 충격적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친구와 아이스크림 선데를 나눠먹으며 헤어지는데 여자 친구가 하는 말이 게이라 헤어지자는 장면.... 네?????????????? 바이 섹슈얼도 아니고 게이요? 장면 자체는 감성 감성 한 느낌의 색감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선데가 나오지만 장면 연출은 참 기가 막혔다.
이 드라마의 아이러닉함은 극 전반에 다 깔려있다. (필자는 원래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1인이다.) 근데 이 드라마를 즐길 요소는 너무 다양하다. 호주의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주인공인 조시는 이성애자인 줄 알았지만, 동성애자로서 본인을 더 알아가고 그 조시와 같이 사는 톰 그리고 다른 다양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본인의 못생긴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조시.. 그런데 어느 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엄마의 자살소동으로 이야기는 더 급진적으로 전개된다. 조시의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고, 아빠는 동양인 여자와 만나고 있고 엄마는 혼자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분명히 내 주변에 있는 듯한 사람들이라 관계들이 속속들이 다 너무 공감이 갔다. 물론, 필자의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도 아니고, 필자가 동성애자도 아니지만 뭔가 주인공 조시에게 과몰입하게 되는 상황이랄까... 거지 같은 상황의 연속에 놓이는 조시는 모든 상황을 나름대로 헤쳐 나가려고 한다. 그 와중에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의 캐릭터들도 확실해서 좋다. 보통 어느 드라마든, 영화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별로야 하는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이 드라마에선 없었던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들마다 다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나 할까... 참고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역할은 주인공 조쉬와 Hannah해나와 엘라(시즌3에 나옴) 이 세명이다.
사실 시즌 4까지 나오면서 굉장히 우울한 부분도 많고,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사랑스럽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적절한 음악, 요리, 분위기 3박자를 고루 갖춘 점이다. 너무 flamboyant하지 않지만 충분히 그렇기도 한(??) 드라마다. 볼거리가 있다. PLEASE LIKE ME가 큰 폰트로 나와서 시작될 때 보이는 그래픽적인 요소만 보고도 필자는 알 수 있었다. "이 드라마 내가 좋아하겠다." ㅋㅋㅋ 역시나 그랬다. 감각적이다. 주인공인 조시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에 대한 예쁜 모습들도 잘 나와서 좋다. 무조건 fancy 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감각적으로 음식 컷들이 잘 나와서 좋다.
물론, 좋은 음악, 스토리, 연출,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게 이 드라마의 장점이지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이 드라마는 사실 필자가 미국에서 심적으로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됐던 드라마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일 수 있는데, 조시의 엄마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데 그 입원하는 모습부터 정신 병원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필자도 극한의 우울증이 왔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럴 때 나쁜 생각들을 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정신병원을 가지는 않았지만, 트라우마 관련해서 심리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근데 그게 너무 특별하고 별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이 이 드라마에선 잘 나온다. 남들은 미쳤다고 할 사람들이 어찌보면, 내 가족이고, 친구가 되고 하는 모습이 잘 나온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블랙코미디가 잘 섞여있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엮여 일어나는 일들이 정신없고, 감정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렇지만 따듯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볼만하다.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조시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다들 보면서 본인이 더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분명히 하나 이상은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호주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잘 보여주는 이 드라마... 구글에서 찾아보니 시즌5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 시즌 4가 완결인 셈이다. ㅜㅜ 아 왜~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플리즈 라이크 미를 재주행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겠다.
(아, 참... 필자와 같은 foodie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질 의문점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짤을 하나 투척하고 가겠다. )
플리즈 라이크 미 시즌4 에피소드 4에 나오는 음식점 이름은 Lûmé 다. 호주에 계신 분들은 가보고 리뷰 좀 남겨주시길 바란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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