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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집 주택살이/보통집살이

1월의 모기에게 헌혈하다.

by 귀밤토리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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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큰 침대가 있는 안방을 놔두고, 굳이 거실에서 자는걸 좋아한다. 남편은 침대보다 땅에서 이불을 펴고 자는 것을 좋아하고, 필자는 침대를 더 좋아하지만 본가에서 거실에서 티비를 켜고 주무시는 아버지의 특권이었기 때문에, 어렸을때에도 방 대신 거실에서 자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쿨해보이는 느낌이랄까... (이..이상해!)

 

연말부터 뭔가 스케쥴이 꼬여서 계속 새벽 네다섯시에 잠을 청하고 오후 12시에 일어나는게 루틴이 되어 버렸던 우리... 어젯밤도 새벽 네시까지 소풍족 유튜브를 같이 보고, 거실에서 잠들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깼다.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났다. 아니 깰 수 밖에 없었다. 팔쪽에 화상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 보통이 아니다 싶어서 뒤척이고 계속 팔뚝을 만져보고 있었다. 전날 뭐 먹은게 안맞아서 탈이 났나 싶었다. 어두운 상태에서 팔뚝을 만져보니 꽤나 부풀어 있던 것이었다. 

 

2021년 1월 2일. 모기님께 헌혈 완료

아니, 그런데 뒤척거리던 내 옆에서 남편도 똑같이 깨서 아파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둘다 모두 모기에게 물려서 깼다. 보통은 모기의 윙윙거림이 짜증나거나 간지러워서 깨는 데, 아파서 깨다니. 이 놈들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피부가 약한 편이긴 한데 이정도로 따가웠던 적은 없었고, 부푼 크기도 보통이 아니었다. 남편은 나보다는 부풀진 않았지만, 아픈 정도는 비슷했던 것 같다. 최근에 이렇게 물린 적이 없는데 새벽부터 헌혈행이라니. 그것도 자발적이지 못한 강제성 헌혈이라니 너무하네... 둘다 깨자마자,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난 먼저 누웠는데, 누우려던 남편은 도저히 안되겠다며 거실에서 모기를 찾았다. 15분정도 헤매던 남편의 외마디와 모기 잡는 소리 (쨕! 쨕!) 

 

"와!! 대박 !! 피 엄청 많이 나왔어" 

 

아니 이런걸로 신나하지말라고... ㅜㅜ 그리고 많이 나왔겠지 내 피가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데... 그렇게 남편은 본인이 복수를 제대로 해줬다고 안방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푹 잠들었다. 물론, 나는 따가운 팔뚝을 만지며 바로 잠들지는 못했다. 1월 2일부터 헌혈이라니... 우리집엔 전열교환기들이 꽤 설치되어있는데, 그걸 통해서 나오는 것같다. (아직도 원인은 못찾았지만...) 아니면, 하수구인가... 

 

모기님, 내가 한 여름에 얼마나 헌혈을 잘해드렸는데 새해 둘째날부터 이러기요? 모기양반 너무하네! 새벽 다섯시반에 아파서 깬 것도 억울한데 1월에 모기한테 헌혈이라니요... 거 너무한거 아니오!  

 

 

근데 오후에 일어난 우리 둘다 팔뚝을 보니 멀쩡한것... 나는 아직도 물린 부분이 아픈 편인데, 일반 모기들을 물렸을때보다 더 부품이 안남아있는 정도라서 둘다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엄청 아프고 깔끔하게 피를 빨아 드신 것... 너무하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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