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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관/취향의 날

0310 - 남편과 만난 지 4주년기념 첫 만남 썰푼다.

by 귀밤토리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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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 모두 기념일에는 좀 무덤덤한 편이다. 사실, 둘 다 며칠 며칠을 다 세는 성격도 아니고, 일단 내가 너무 귀찮아하기 때문에 못 박아두었다. 생일과 결혼 기념일만 챙기자고- 

 

그런데 오늘 과외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남편의 카톡 ; 오늘 우리 만나지 4주년 이더랑 안전운전해서 조심해서 와 라고 온 카톡... 만난 지 오타가 난 걸 아는지  모르는지ㅋㅋㅋ 벌써 사 주년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시간이 야속하게도 느껴진다. 

 

0310 - 남편과 만난 지 4주년

 

사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날짜를 기억하고 있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긴 한데, ㅂㄱㅎ 탄핵날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 커플의 만나게 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안 믿는 사람들도 많고 신기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하면서도 나와 남편 둘 다 신기해한다. 우리 그렇게 만났는 데(?) 결혼했네? 하고는 말이다. 

 

첫 만남의 썰을 풀자면, ㅂㄱㅎ의 탄핵날 지하철 분당선을 타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수원으로 가고 있었다. 나의 모습은 교포 화장에, 푸카 헤어스타일에 (양갈래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지퍼 하나로 쭉 내릴 수 있는(?) 원피스를 입고, 검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아직도 애용 중인 보스 왕따 시만 한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서있었다. 근데 내 앞에 있는 남자 둘이 뭔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뭔가 말소리가 나지 않아도 뭔가 내 얘기를 하면서 키득 거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 기분이 나빠서, 아 저 ㅅㄲ들 뭐야 하면서 얼른 내리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수원에서 내려야하는 지하철역에서 내렸고, 어두운 밤에 터덜터덜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따라오더니, 내 앞을 막더니 뭐라고 하는 것이었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때문인지 나는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못 듣고 입모양만 보고  있었다. 큰 키였고, 얼굴은 처음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뭐라 뭐라 계속하는데, 사실 좀 무섭기도 하고 했는데, 헤드폰 한쪽을 귀에서 떼며 '네? 뭐라고요?'라고 대답했다. 정말 해맑은 모습으로 (... 이 표정 아니었으면 내가 정말 안 넘어갔었을 텐데...) '아 제가 지하철에서 봤는데요. 마음에 들어서 어쩌고저쩌고 저쩌고 저쩌꾸_)(*&^%$#@!@#$%^&*( 주저리주저리, 아무튼 제가 진짜 진짜 맛있는 거 사드릴 테니까 꼭 제발 연락 주세요!!'라고 외치며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그리고는 뭔가 열심히 사는 청년 느낌을 (?) 팍팍 주면서 큰 뛰어갔고, 나는 그 자리에서 벙쪄있었다. 

 

"뭐여..." 이러고는 명함을 받아 놓고는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발걸음을 몇걸음 옮기자, 다시금 내쪽으로 성큼성큼 다시 달려와서는 아 꼭이요!! 꼭 연락 주세요 라고 외치며 또 특유의 사람 좋은 척하는 미소를 내비치며 달려갔다. 아니, 진짜 내가 먹는 거 좋아하는 게 몸과 얼굴에서 다 보이나? 

 

한국에서는 나에게 이렇게 랜덤하게(?) 어필하던 사람이 궁할 시기라(???) 뭐지 싶었지만, 집에 오자마자 명함에 적힌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찾아보았고(내가 살던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큰 건물이 있던 회사라... 이름은 오며 가며 봤지만 어떤 회사인지 몰랐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고, 내 장기 팔라거나, 보험에 들라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검색해봤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내 이상한 모습을 맘에 들어했을까 싶어서 명함을 받고 바로 다음 날 문자를 보냈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답이 오지 않았다. 속으로는 '아 뭐야... ㅡ ㅡ 낚였다'라고 생각할 때 즈음... 

 

답장 하나가 왔다. 우리의 첫 문자 내용은 이러했다. 으 오그라든다..... 

 

 

여기 까지가 나의 관점에서 본 우리의 첫 만남이고, 하지만 제대로 사귀고 나서(?) 들은 남편의 썰은 어이가 없었는데? ㅂㄱㅎ 탄핵일로 기분이 좋아서 반주를 이미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는 확실히, 남편 친구와 옆에서 카톡으로 내 얘기를 하면서 키득 거린 건 맞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내린 역이 마침 남편도 내리려던 역이어서 기회다 싶었는지, 긴 다리로 먼저 화장실까지 들러서, 모습 정리? 단장?을 대충 하고는, 모든 출구가 다 보이는 출구로 가서 내가 어디로 나가는지 보고는, 그 출구까지 뛰어 왔다고 한다. (이건 정말 몰랐었는데, 거울로 모습 단장을 한 거였다고?????ㅋㅋ.... 사실 나는 정말 벙쪄있었고 얼굴 볼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굴 자체는 기억이 안 나고 그냥 사람 좋은 웃음만을 짓던 그가 생각날 뿐이었다.) 

 

사귈 당시에 회상해본, 우리의 첫 만남의 모습을 남편이 그렸던 것.... 첨부해본다. ㅋㅋㅋ 남편이 그리고, 내가 마지막에 한마디 쓴 '할아버지 넣어두세요.' 

 

 

 

사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건 결혼까지 한 나의 남편의 성격으로는 절대로 그런 용기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는 것이다. 남편의 성격은 절대 그렇게 용기를 낼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용기를 내고 또 어쩌다가(?) 결혼까지 한 걸 보면 어찌보면 정말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아무튼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워크샵얘기는 정말 워크숍 드립이었던 거였다. 얘기를 듣자 하니, 나한테 명함까지 건네준 후에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친구가 서울 이태원에서 불러서 술을 퍼마시고 본인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본인이 잃어버린 핸드폰을 갖고 있는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한소리 들은 것이었다. 남편 친구의 '너 어제 뭐 했냐? 명함 뿌리고 다녔냐?'라는 말에 남편은 왜냐고 물어보니깐 내 문자 온 걸 읽어줬는 모양인 것 같았다. 그걸 듣자마자 초고속으로 차 타고 친구에게 있던 본인의 핸드폰을 찾으러 갔다고 했다. 

 

어휴... 먼저 달려 나가서, 거울 보고 오고, 출구 어디로 나가는지 지켜본 거랑, 워크샵 드립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우린 이렇게 처음 만났지만, 지금은 결혼해서 나름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남편을 만났을 때는, 내가 힘든 시기였고, 우리 둘 다 처음엔 서로 진지하게 보다는 뭐 그냥 만나보자 하는 마음에 만난 것 같았는 데, 결국은 서로가 좋아 결혼을 했다. 

 

0310, 따로 챙기거나 하진 않은 우리의 첫 만남일이지만, 글을 쓰면서도 신기한 우리의 첫 만남 썰.........

이렇게도 결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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